채상근 - 소주집에서 취한 그리움으로  


 
어제는 허름한 소주집에서 

오래된 애인같은 의자에 앉아 

그대로 나를 채워가며 

장호항 언덕 얘기를 했습니다 

슬픈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바람소리도 황사소식도 함께 했습니다 

싸움판이 벌어진 바깥 풍경은 

조그만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상처럼 

사람들의 말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드르륵거리는 문을 열고 보지 않아도 

그네들의 싸움판은 어느 순간 

고요함처럼 끝이 나고 

소주집이 다시 싸움판처럼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그대를 다시 기억해가며 

그리움으로 한 잔 한 잔을 비웠습니다 

잃어버린 화석같은 시간들이 

꿈틀대면서 다시 살아나 

술상 위를 올라오고 

난 그대 그리움에 다시 푸르게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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